도착지엔 초봄이라고 적혀있었어.
2024-02-16 00:02 ・ 적적(笛寂)

비와 눈이 내리고 나자 어제 밤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으며 그렇게 부는 바람 덕에 구름이 사라지자 오랜만에 달과 별을 바라다보며 밤 산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7시가 되자 도로의 결빙이 예상된다고 교통안전에 유의하라는 안전 문자가 옵니다.

 

요즘 들어 눈을 뜨는 일이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 첫발을 내디뎌 침대 아래로 내려서는 일이 녹슬고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는 일처럼 힘이 듭니다. 그리하여 양쪽의 바벨의 각도를 조금씩 틀어가며 들어 올리는 대신 굴리고 있습니다.

 

몸을 굴려 계단을 내려오고 몸을 굴려 화장실에 가고 몸을 굴려 각도를 틀어….

 

기껏해야 의자에 앉거나 커피포트에 물을 부어야 할 때는 한쪽만 들어오려 높이를 맞춥니다. 굴리던 몸을 옷걸이에 걸어 두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걸치고 다시 구르며 밖으로 나갑니다.

금요일 아침이면 출근하는 사람들 속에 걷고 있지만 구르는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곤 합니다.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얼마만큼의 무게를 들고 있는지 묻고 싶고 빠르게 굴러가 서로의 바벨을 툭 쳐보고 싶기도 합니다.

 

산책길 기온은 대체로 춥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낮부터 급격히 추워진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고 햇살은 더 차가워 질 것입니다.

 

계절을 기다리는 일은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처럼 부산합니다. 다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버스 안에서 마실 음료를 고르고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고 대기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아주 낮은 소리로 틀어진 흥미도 없는 TV를 보는 일처럼.

 

건널목에서 고개를 들어 잠시 눈을 감습니다. 햇살이 바늘처럼 눈꺼풀을 찌릅니다.

제가 사는 곳은 도로에 물기 한 점 없습니다.

 

그 많은 물기는 이 차가운 바람으로 땅속으로 스며들어 어느 날 흙 한 줌이라도 있는 땅 위에 제 몸이 무덤이 될 봄꽃들을 피우기 위해 슬러시처럼 얼지도 녹지도 않을 것입니다.

 

봄이 다 지나도록 아프지 말고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봄꽃들이 다 피고 질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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