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기상청
2024-01-30 23:57 ・ 적적(笛寂)

한동안 추웠던 날씨 탓이었을 것입니다. 퇴근 후 집안에 들어오면 나를 딱히 기다린 적이 없는 집은 불을 끄고 잠시 휴식 중이었습니다. 집 밖으로 발걸음 소리를 들은 고양이는 현관문 앞에 찰싹 붙어 몸속의 스프링을 한쪽 조였다가 펼치며 장전된 몸을 발사시킵니다. 

  

아마도 덜컥 문밖으로 나간 고양이는 아무것도 없는 복도를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 다른 냄새를 찾아 다른 집 문틈을 구경하곤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안은 싸늘하고 고양이가 앉아 있던 자리마다 작은 온기가 묻어있습니다. 어둠 속으로 바닷가 수초처럼 고양이가 발목을 휘감겨옵니다. 가만히 벽 쪽으로 가 불을 켭니다. 집안 가득 차 있던 수많은 어둠은 바퀴벌레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립니다.

  

손과 발을 씻는 건, 마치 음식을 하기 전 냉동실 안의 음식을 해동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루 한 끼를 해 먹는 일마저 정성을 들이지 않습니다. 

  

추운 날이면 유난히 발목을 휘감고 도는 고양이를 들어 올리자 가슴께를 지나 어깨로 오르려 합니다. 뺨으로 귀 쪽으로 고양이의 몸이 닿고 고양이는 균형을 잡기 위해 꼬리를 흔듭니다. 

책상 쪽으로 걸어가면 모선에서 분리된 달착륙선처럼 착상 위로 내려 서며 다시 다리를 휘감습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잠시 침대 옆 조명을 켜고 누우면 어깨로 다가와 이불을 긁습니다. 이불 끝을 살짝 들어 올려주면 가슴을 타올라 배를 지나고 엉덩이에 상체와 하체를 가만히 널어두듯이 한동안 멈춰있습니다. 사실 그런 무게감은 겨울밤처럼 따스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무릎 뒤쪽으로 정착한 이주민은 그곳에 몸을 누이고 앞발을 밀어내며 최적화된 자리를 확보합니다. 그리곤 잠이 들 준비를 합니다. 

  

기묘한 자세가 된 내가 그 기묘한 자세로 책을 읽다가 그 기묘한 자세에 지쳐 더 이상 기묘한 활자를 볼 수 없을 때 불을 끄고 잠이 들었습니다.

  

이상은 몹시 추웠던 날의 기상대 이야기입니다.

  

어제부터 이불 속을 찾지 않습니다. 자정이 지나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내는 소리들과 무엇인지 모를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리로 새벽이 유리로 만든 장식장 같습니다.

  

이름을 신경질적으로 부르면 오지 않다가 포기한 듯한 목소리로 부르면 등 뒤에서 차가운 콧바람 소리가 느껴지고 돌아보면 아무 일 없는 듯이 이불 속의 나를 힘껏 짓누르고 날아오릅니다.

  

제대로 잠들 수 없었던 수요일 아침입니다. 

  

고양이 기상청은 제일 높은 곳에 앉아 고양이 자세. 그리고 내려와 다시 고양이 자세.

어디서든 고양이 자세. 따스한 몸짓으로 고양이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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