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봄 입니다.
2024-02-06 23:30 ・ 적적(笛寂)

풋 

오래전 지나친 건강을 위해 금연을 삼가던 호랑이도 신년을 맞아 금연을 결심하고 한창 은단과 사탕을 입에 달고 갑자기 찾아온 금단 증상으로 주변에선 차라리 그럴 거면 다시 담배를 피우라는 핀잔을 들을 무렵이었겠지.

 

유난히 눈꺼풀을 감았다가 뜨는 일을 늘리게 하던 여자아이를 알게 되었거든. 그 여자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건 그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걸 바라보면 계속 침을 꼴딱거리며 삼키게 된다는 거야 마치 눈을 감고 뜨는 것을 일처럼 느끼게 하는 그런 여자였어.

 

눈을 깜빡이는 게 일이라니….

 

그 여자아이와 아직 손조차 잡지 못한 사이였을 때 나란히 걸으며 산책을 하다가 담장 밖으로 늘어진 감나무를 느리게 눈을 깜빡이는 여자아이를 바라다보다가 감을 좋아하지도 않고 남의 물건을 손대본 적도 없는 내가 나도 모르게 감 하나를 따서 옷에 쓰윽 비벼 대다가 갑자기 백설 공주처럼 한입 베어 문 거야.

 

풋사과나 풋복숭아가 수류탄이라면 풋감은 원자 폭탄쯤 될 거야. 입안이 떫고 감을 쥐고 있던 손목이, 팔목이, 어깨가 마지막엔 눈알까지 떫은 맛으로 눈물을 그렁거리며 입을 다물 수 없어 입을 벌린 채 입 안에 있던 감을 모두 뱉어낸 뒤로 그 후의 일들은 기억도 나지 않고 그 느리게 눈을 감은 여자아이의 기억도 나지 않는 걸 보면 그날 이후 다신 만나지 못한 것 같아.

 

풋-명사 앞에 붙는 접두사입니다. 처음 나온 또는 덜 익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입춘이 지나고 풋 봄이 제철입니다.

 

아직 익을 기색도 익은 생각도 없는 봄을 기다리며 한가해진 추위를 기분 좋다고 하며 아침 산책을 다녀옵니다.

 

풋복숭아는 어릴 때부터 혼자 먹었습니다. 신도 기억하지 못할 작은 사내아이가 학교 뒷문으로 달려 나가 작은 바구니에 떨어진 풋복숭아를 사서 혼자 다 먹고 집에 들어가곤 하였습니다. 저녁을 먹지 않는 아들을 위해 엄마는 걱정하기도 하셨구요 그해 가을엔 풋사과를 얻어다 먹이곤 하셨습니다.

 

풋봄의 밤이 길기만 한 건 자도 자도 잠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자도 자도 풋잠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다른 때보다 떫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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