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재명 총선 과반 승리 ‘근자감’의 실체
2024-02-02 04:13 ・ 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9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대표는 4월 총선과 관련해 “이번 선거가 민주당에 매우 어려운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목표는 1당이 되는 것이고, 최대로 목표치를 올린다면 151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총선 목표는 실제 득표 가능한 수치라기보다 선거 승리를 위한 사기진작용 ‘정치 메시지’로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이 대표가 선거제 개정 등에 대해 보인 반개혁적인 행보와 쇄신 지체, 공천 잡음 등으로 ‘언감생심’ 150석 이상 의석을 호언장담하는 건 무리수라는 시각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핵심 이슈였던 선거제 개정을 끝내 결단하지 않고 ‘전 당원 투표’의 장막 뒤로 숨어버렸다. 그동안 민주당은 정치적 이해득실이 걸린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전 당원 투표 뒤에 숨는 비겁하고 위선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이번에도 민주당의 ‘고질병’이 또 다시 번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직전에 “다당제를 위한 선거 개혁과 비례대표제 강화는 평생의 꿈”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평생의 꿈’까지 언급할 정도로 ‘다당제 정치’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열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에 이 대표는 대선 때 자신이 드러냈던 소신과 진정성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거대양당에 절대 유리한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발톱’을 드러냈다. 이제 이재명은 정치인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거짓과 불신의 아이콘’으로 확실히 낙인찍혔다.

 

사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선거제 개정과 관련해 연동형 전격 수용 등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었다. 무엇보다 대선과 같은 중요하고 상징적인 선거 때 내걸었던 정치개혁 공약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명분 훼손에 따르는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6월 19일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되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채널A뉴스 유튜브 캡처)



특히 이 대표는 이미 지난해 한차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가 막상 자신이 구속 위기에 처하자 그 약속을 어겨버린 ‘번복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또 다시 ‘식언의 정치인’ 이미지가 굳어지는 뻔뻔한 일을 자행할 경우 무너진 신뢰 자산을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진보세력과 일부 ‘친명계’까지도 비판하는 병립형 회귀를 몇 마디 문장으로 얼버무리며 대선공약을 보란 듯이 무시하고 지나가 버렸다. 이쯤 되면 이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총선에 대해 완전히 ‘믿는 구석’이 있거나 아니면 ‘모 아니면 도’의 도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대표처럼 ‘정치적 이재(理財)’에 밝은 사람이라면 선거를 요행과 운에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에게는 어떤 믿는 구석이 있을까. 3가지 정도의 근거와 배경이 있을 것 같다. 먼저 이 대표와 그를 둘러싼 ‘친명계’ 핵심들은 이번 총선에 대해 “하늘이 두 쪽 나도 ‘김건희-윤석열 권력’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주가 될 것”이라는 강한 맹신에 사로잡혀 있다.

 

당 안팎에서 ‘총선위기론’이 분출함에도 이 대표가 선뜻 그 화마를 잠재울 강력하고도 선제적인 쇄신이나 통합 행보를 보여주지 않는 것도 ‘정권심판론’이 친명계에게 일종의 주술처럼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윤석열 정권 비판에만 할애하며 총공세를 펼친 것도 총선 ‘정권심판론’의 사전 예고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대표가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는 ‘정권심판론’이 실제로 믿을 만한 구석이 있는지는 지난 선거 결과를 보면 다소 회의적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마지막 정책보좌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 역임)은 “역대 총선이 ‘정권심판 선거’였다는 속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 그 시기 야당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착각에 불과하다. 역사적 팩트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집권여당의 승리 확률은 무려 80%(2004년 이후 5회중 4회)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2004년 이후 총선에서 ‘정권 심판’이 작동한 선거는 2016년 박근혜 정권 때 김무성의 옥새파동 등으로 난리를 겪은 새누리당의 1회(5회 중)에 불과하다. 이 대표와 친명계 주류들은 연동형 유지 등 전향적이고 공세적인 전략을 취하지 않고 ‘김건희 심판론’이 선거판에서 ‘열일’을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도취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총선에서 여당에 치명타를 가하는 정권심판론이 예상보다는 크게 작동한 적이 20%에 불과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 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친명계들은 이번 총선을 대권으로 가는 ‘중간 정거장’ 정도로만 생각할 뿐 계파의 생존이 걸린 ‘올인의 한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에도 휩싸여 있는 것 같다. 이 대표와 친명계들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1석이라도 앞설 경우 ‘제 1당 유지’를 명분으로 야당의 우세를 강조하며 ‘정신승리’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이 대표와 친명계의 정치 나침반은 총선이 종착역이 아니다. 그들은 총선을 대권으로 가는 중간 급유지 정도로만 인식한다.

 

그러니 1석 또는 박빙의 우위를 점하는 것만으로도 대권으로 내달리는 동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불행하게도 ‘이재명(친명계) 대안 부재론’이 여전히 민주당을 굴러가게 하는 윤활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친명계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제 2당으로 주저앉는 최악의 패배만 피하면 된다는 안일하고 수동적인 사고방식으로 이번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니 욕을 조금 먹더라도 병립형으로 회귀해 연동제 유지시 군소정당에 빼앗길 의석이라도 챙겨 ‘정신승리’의 명분이라도 확실하게 쌓아두자는 것이다.

 

세 번째 믿을 구석은 이 대표가 일부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선거 전망에 도취돼 있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 예측이 쏟아지고 있는데 크게 3가지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21대 총선 전략을 주도했던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의 분석을 인용해 ‘국민의힘 박빙 우세’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의 박빙 열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유시민 작가는 자신만의 여론조사 해석 노하우를 동원해 ‘민주당의 안정적 우세’를 예상하고 있다. 더 나아가 김어준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진행자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꽃’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민주당의 절대 우세’를 예견하고 있다. 이들 3가지 예측에는 각 전문가들의 ‘정치적 배경’과 조사 방법, 데이터 해석 차이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 진보당 등 진보4당과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이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선거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의 ‘디커플링’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의 총선 예상지표는 지난 21대 선거 때보다 이번 22대가 훨씬 ‘악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1대 총선은 총선 1년 전부터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안정적으로 40% 중후반대 지지율을 나타냈고 총선 직전에는 지지층 결집이 나타나면서 국정 지지도가 50%를 훌쩍 넘어섰다. 정당 지지율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지금의 국민의힘)보다 약 20%포인트 이상의 우월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의 ‘커플’이 민주당 총선 압승을 견인해낸 것이다.

 

그러나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당에게 ‘커플링’이 아니라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이 그 심판론과 동반상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업무수행 지지율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밀리는 등 민주당의 전반적인 지지율이 지난 21대 총선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야당의 가장 치명적 약점은 윤석열 정권 실정에 실망한 중도층들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지로 옮아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도층은 정치 고관여층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력 독주에 대한 심판자적 역할을 하는 ‘스윙보터’들이다. 이들이 현재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최근의 정치개혁 공약 번복 등으로 야당에게 등을 돌리고 불신하는 흐름을 보여주면서 정권심판론과 민주당 지지율이 반비례로 그 격차가 커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진보진영에서는 일부 비주류를 중심으로 총선위기론이 설파되고 있지만 대체로 안정적 우세로 보거나 절대 우세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낙관적 분위기가 이재명 대표의 쇄신과 통합 행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선거제 개편 등 가장 핵심적이고 민감한 이슈도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어물쩍 넘기는 ‘대담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작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각종 정책현안만 ‘대통령’처럼 여유 있게 설명하는 장면에서 야당대표로서 총선 승리에 대한 집요함이나 절박함이 결여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면 이재명 대표 정치생명도 끝장난다. 그의 총선 과반의석 승리에 대한 ‘근자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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