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나물인지... 깨소금인지
2024-02-09 02:19 ・ 적적(笛寂)

연휴가 시작되는 아침입니다. 촉촉한 콧등을 지닌 모란이라는 이름의 알람은 지난 밤 고장이 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퇴근하는 저에게 잠시 발목을 맴돌더니 쪼르륵 위층으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더니 밤새 사료를 씹어먹고 물을 마시고 쉬야를 하고 모래를 뒤적거리며 창가를 내다보고 무언가 물고 와 던져달라고 등 뒤에 앉아있거나 갑자기 몸 위로 날아올라 가슴을 다리를 어깨를 질겅질겅 밟고 지나다녔습니다.

 

저는 단물이 빠지고 제법 입안으로 씹기 좋을 만큼 견고해져 있을 것입니다.

 

모란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축축한 콧등을 뺨에 들이댑니다. 아니 마구 비벼댑니다. 눈을 뜨자 작디작기만 한 모란의 얼굴이 크게 확대된 것처럼 다가옵니다. 수염이 닿지 않게 콧등을 비벼댑니다. 아마도 물을 마실 때처럼 가만히 뺨을 핥습니다.

 

물론 그렇게 뺨을 핥는 것에 로망이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뺨에 자꾸 무언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응가를 하고 나서 그루밍까지 한 뒤 너에게 와 뺨을 핥았을 거라고 하십니다. 물론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뺨을 핥아지고 나면 그날 혹은 다음 날 무언가 나는듯합니다.

 

핸드폰을 켜니 5시였습니다. 더 자야 할 시간이므로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몸을 한껏 움츠려 식빵 자세를 하고 가만히 한참을 있다가 잠드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버립니다.

 

너무 일찍 일어난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무나물 같아요.

 

무는 겉면을 가볍게 잘라내고 채칼 말고 가늘게 썰어둡니다. 결방 향대로 썰어주면 볶을 때 부서지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달군 팬에 식용유와 들기름을 넣고 다진 마늘을 볶아 마늘 향이 나도록 볶습니다.

 

썰어둔 무채를 넣고 국간장 한 스푼 그리고 액젓 한 스푼 뚜껑을 덮고 익히다가 한 번씩 고루 섞다가 물을 보충하며 무를 익힙니다.

 

소금으로 간을 하며 대파를 넣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삭거리는 식감도 좋아하므로 중요한 것은 투명해질 정도로 중간 불에서 볶아내야 합니다. 그리곤 참기름 살짝

 

마지막으로 참깨를 한 숟가락 손 위에 올리고 양손을 비벼 깨를 올려줍니다.

 

나는 지금 나른해져 버립니다.

 

무나물 위의 깨소금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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