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2024-02-01 00:10 ・ 적적(笛寂)

눈을 뜨고 침대에 앉습니다. 몸을 덮어주던 이불을 개어 침대 한쪽에 두고 다시 침대에 앉습니다. 고양이 모란은 그렇게 앉아 있을 거라면 내 머리를 쓰다듬으라며 손바닥 안으로 머리를 들이밉니다. 그렇게 머리를 밀고 들어온 힘으로 눈꺼풀이 들립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던 것 같은데 고작 2분이 흘렀습니다.

물 쓰듯이 아침 시간 2분을 사치스럽게 써 버렸으니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풍요롭기만 한 권태, 좌석은 모두 예약되어 입석으로 갈 것을 결정해야 했던 어느 새벽 매표소 앞에서의 망설임과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엔 너무 늦을 것이 확정된 시간 말이죠.

내릴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한 곳을 목표로 향해가는 중입니다. 

  

2월에 도착합니다. 

버스 앞문이 열리고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서 있던 사람들이 내리기를 잠시 기다립니다. 고속버스 짐칸이 열리고 혼자 떨어져 낯선 짐들과 함께 있던 케리어, 박스, 보따리들이 주인을 만나 얼굴이 환해집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 종이 박스도 있습니다.

  

아무도 타고 온 버스를 뒤돌아보거나 되돌아온 길을 되새기지 않은 채 돌아가야 할 곳으로 서둘러 떠나갑니다. 

  

대합실은 목적지며 경유지이기 합니다.

  

다시 집으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산책을 2분 줄였습니다. 건널목을 지나며 아무런 표정이 없는 중학생 사내아이 입가에 피어난 마른버짐을 힐끗 바라다봅니다. 건조하고 차가운 대기에 대해 문득 생각하고, 그렇게 눈에 보이는 일상의 증상들을 생각합니다.

  

오늘도 햇살 없는 흐린 아침으로 시작합니다. 서둘러 들어가 문을 닫아버린 화장실 문 앞으로 모란이 웁니다. 구슬프게 서럽도록 웁니다. 아마도 내가 사라지고 저렇게 우는 존재를 본 적도 없고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나온 나에게 배를 내보이며 이리 딩굴 저리 딩굴거리며 환영의 표시와 만족감을 온몸으로 팔랑거립니다.

  

평온하며 별다른 일 없는 2월의 첫날 아침입니다.

  

한 문장에서 떼어낸 활자는 의미가 희박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 문장으로부터 떼어낸 활자를 지금부터 새기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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