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화해법.
2024-01-28 00:52 ・ 적적(笛寂)

그들은 수없이 싸웠으며 서로에게 손가락을 곧게 펴 눈동자 앞에 대고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쳤습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서로를 향해 싸웠으므로 가장 오래된 전우였으며 서로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파렴치한이었고 그 몸 밖으로 옷의 솔기처럼 나온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건 이외로 간단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간혹 그는 빙그레 웃으며 지나가는 아주 흔한 새라도 본 것처럼 혹은 메마른 식빵 테두리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우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볼이 터질 것처럼 빵빵한 사내아이의 볼을 이빨 자국이 나도록 깨물고 우는 아이를 따스하게 안아서 달래준 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는 계집아이 같아 라고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말했었다.

 

그들의 화해법은 독특한 것이었습니다. 그녀와 처음 같이 자고 일어난 날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자 그녀가 간지럽다며 더 이상 만져지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곤 가만히 그의 손을 이끌어 엉덩이에 손을 올리게 하고 꼬리뼈를 만지게 하였습니다. 유난히 진화가 덜 된 꼬리뼈 그도 그녀의 손을 이끌어 엉덩이 위쪽의 꼬리뼈를 만지게 하였습니다. 그리곤 서로를 꼬리뼈라고 핸드폰에 저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차 안에서, 모텔에서, 집에서, 길가에서 싸웠으며 어느 쪽이라도 꼬리뼈를 만지거나 만져 지면 전쟁은 종식되었습니다.

 

누군가의 꼬리뼈가 된다는 일은 제법 근사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한낱 꼬리뼈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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