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주문했나요?
2024-02-05 23:57 ・ 적적(笛寂)

입춘이 지나자 몸뚱이는 점점 더 한겨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알람이 울리면 알람은 5분 뒤로 다시 맞춘 뒤 다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버립니다. 그 5분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눈을 뜨면 눈꺼풀에 잔뜩 꿀 한 숟가락이 흘러내립니다. 가로등이 조금 더 빨리 꺼지고 있습니다. 

  

아침 산책을 다녀와야 꺼지던 가로등은 이제 아침 산책을 나갈 즈음엔 너무 늦게 공연장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차단을 당한 것처럼 난감해집니다. 내일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날 자신도 없는데 말이죠.

  

산책하러 나갑니다. 검은색 오리털 파카를 입습니다. 어제 내린 비와 눈으로 바닥이 아직 젖어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낮은 기온이 느껴집니다. 목도리를 둘둘 말고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고 걷습니다. 

  

그래요. 우리가 주문한 봄은 아직 결재도 안되어있을 겁니다. 그러니 아직 옷장 속의 두꺼운 코트며 스웨터를 한참 더 입어야 합니다. 게다가 주소오류로 인해 한참 동안 통화를 하고 주소지를 변경해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마음속의 봄은 여름이 다되어서야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그렇게 춥더니 또 바로 덥구나 할테구요.

  

갑자기 급습한 우울로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우울이 계속되면 먼지들이 더 크게 보이곤 합니다. 고양이 털은 더 말할 것도 없구요.

  

핸드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입니다. 고양이 모란이 청소기 소리에 짜증을 부립니다. 생각 같아선 모란을 벽 쪽으로 몰아붙여 몸 수색하듯이 청소기로 털을 빨아들이고 싶어지지만.

  

악마도 울고 갈 귀여움으로 잠시 의자에 앉아있는 저의 무릎 위로 날아오르듯 뛰어올라 결국 청소기를 내려놓고 모란을 쓰다듬고 있습니다. 먼지들도 제 모습대로 작아져서 말이죠.

  

이제 흐린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햇살은 없고 흰색 물감에 검은색 물감을 조금 개어 물을 듬뿍 품은 붓으로 그린 그림처럼 풍경은 무겁습니다.

  

머리가 다 말랐지만 지푸라기처럼 이내 축 처져버립니다. 손으로 쓱쓱 모양을 잡아보지만, 맘에 들지 않습니다. 하긴 맘에 드는 머리를 하려면 오늘은 출근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표님께 얘기한다면 좋은 방도를 알려주실 겁니다.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알고 있다네 이리 앉게나…. 머리를 모두 밀어버리는 거라네 머리카락이 없으니 머리 스타일을 신경 쓸 일이 없다네. 어떠한가?

  

라고.

  

갑니다. 가요 출근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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