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좋았던 꿀로 기억될.
2024-02-13 00:00 ・ 적적(笛寂)

눈을 뜹니다.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연휴 동안 나가지 않았던 길로 산책을 나갑니다. 변한 것이 없는 길과 나무 건물과 상가들의 안내를 받아 아무 생각도 없이 걷습니다. 이 만큼이면 돌아가도 되겠구나 싶은 그곳에서 돌아서서 골목으로 접어듭니다.

  

걸어왔던 길과 다른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연휴가 끝이 났습니다. 연휴는 가늘고 긴 유리 빨대 같은 곳에 담겨있었습니다. 한 모금한 모금 받아 마시다가 조금씩 기울어집니다. 조금 벅차게 받아먹게 되다가 잠시 멈춰 있기도 하며 다시 격하게 기울어져 오늘 새벽엔 온전히 그 끝이 하늘로 치솟더니 안에 있던 꿀맛 같던 시간을 모두 쏟아내 버렸습니다. 

  

마지막엔 받아먹기 힘겹거나 쏟아지는 속도에 삼키는 속도를 맞추지 못해 뿜어내거나 기침을 하느라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는 걸 그대로 바라다보아야만 했습니다.

유리관은 이제 수직으로 세워져 그 끝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유리관 입구에 괜히 입을 대보고 남아있는 달콤한 시간을 혀 끝으로 핥습니다.

  

젖은 머리를 말립니다. 푸석한 얼굴에 로션을 바릅니다. 촉촉해진 피부가 일상으로 나가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모란은 아침부터 바지에서 흘러내린 허리 끈에 취해 다리 사이를 떠나지 못합니다. 흔들리며 잡을 수 있고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것은 앞발로 잡아 늘어뜨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 뜯습니다. 

바지를 벗어버리자 멈춰 선 것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저는 말을 하며 손짓을 많이 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저를 밟고 날아올랐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잠잠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웃어버렸지만 알고 보니 손가락을 격하게 움직이는 걸 보고 공격하거나 장난을 치려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통화를 할 때도 손짓을 하며 말을 한다는 것을 말이죠.

이제 묵음으로 처리된 집안의 가구와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달그락거리는 가방 안의 무엇인가를 정리하지 못한 채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하루만 딱 더 쉬었으면 하는 마음과 혼자 쉴 수 없으니 다들 같이 하루만 쉬었으면 하는 간절함과 모두 쉰다는 것은 아주 곤란한 일이 발생했을 거란 두려움으로 출근을 합니다.

까짓 오늘 하루도 조금 쌉싸름한 맛이 강하겠지만 후딱 마셔버리고 옵시다.

공유하기
댓글 1
관련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