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대신 “블록+체인” 자본
2024-02-03 00:06 ・ 강하단
디지털 시대 질서 “블록+체인” 자본

자본은 실은 엄청난 개념이다: 바로 지금 그동안 쌓아온 모든 선행과 인고의 노력을 합친 개인의 굿즈(goods)의 총합이 자본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떨 것이라는 지표가 바로 자본인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 기업, 사회의 자본을 알기 힘들다. 사람, 기업, 사회 속에 자본은 분명 존재하지만 겉으로 들어나 확인할 수는 없다. 바로 옆에서 쭉 보아온 사람이라면 자본을 느끼겠지만 현실에서는 객관적으로 매기기 힘들다. 그래서 바람직하고 꼭 효과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자본을 간접적으로 나마 파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생은 시험을 치르고 사람과 기업은 돈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 자본은 성적과 돈이 되어버린 슬픈 역사의 현실이다.


자본이 성적과 돈으로 매겨지는 슬픈 역사


전혀 다른 방법, 평생 동행 면접관: 대학수능, 입사시험, 자격시험으로 대학을 가고, 대기업 취업하고, 의사와 변호사 되는 사회 대신 한 사람이 태어나면 그를 평생 따라 다니면서 그가 하는 모든 판단, 행동, 공부,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상황에 처해 어떤 판단을 했는지 빠짐없이 기록하는 면접관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수많은 상황에서 한 사람이 취하는 판단과 사용하는 지식, 그리고 공부하는 자세를 모두 안다면 굳이 그에게 시험을 치르게 해서 앞으로 무언가 할 수 있는 자격을 줄 필요가 없다. 수많은 상황에서의 과거 기록으로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상황에 짝 지어 지고 능력을 그냥 발휘하게 하면 된다.


인생을 디지털 면접관과 함께 사는 블록체인 세계관


굳이 대학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가두지 않아도 된다: 평생 동행하는 면접관이 있으니 사회 모든 곳을 배움의 장소로 만들면 그만이다. 사회에서 사람들이 만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모두 지식이 되는데 그 모든 것을 기록해 알고 있는 면접관이 있다면 이를 거쳐온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 왜 필요하겠는가? 전혀 필요없다. 그냥 그 면접관에게 물어 보면 된다. 면접관은 한 사람의 일생을 기억하지 않고 모두 기록한다. 기억은 편집과 취사선택이기 때문에 기록해 판단하는 것이 공정하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는 면접관이 알려주고 추천하는 일을 하게 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가져온 상황을 만나면서 일하고 공부하고 자기를 완성시켜 가면 된다.


기록이 마음이 안들면 앞으로 바꿔 살면 된다: 한 순간 자신과 사회에 기여하는 일, 즉, 면접관이 알려주고 추천하는 일이 마음이 안들면 그것은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길이 그랬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이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기록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필연이 서서히 바꿔갈 것이다. 사실 직업이랄 것도 없다. 사회는 무수한 상황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조합은 지극히 순간적이고 한시적이다. 그 다음 순간은 직전 순간이 걸어온 길의 총합으로 만들어 낸다.


개인의 성적은 그가 걸어온 길일 뿐 사회 전체가 지켜야 하는 정답을 만들어 경쟁하는 시험의 결과가 아니다. 그리고 면접관이 기록해 온 개인의 성적은 시시각각 변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다른 길을 살면 성적도 바뀐다.


아래 위로 쌓으면 “블록”이다. 옆으로 옆으로 연결하면 “체인”을 형성하게 된다. 개인이 사회가 되고 자연이 되는 현실이 블록과 체인으로 새겨지는 디지털 시대의 질서다. 개인이 사람, 심지어 인간 아닌 사물과 관계를 맺은 상황을 디지털 기술은 블록체인이란 도구로 모두 기록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살고 디지털은 기록해서 인생의 다음 순간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경쟁이라면 경쟁이다. 하지만 누군가, 대부분 권력이지만, 정답을 만들어 강제하는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자신과의 경쟁이다. 그동안 인류가 그토록 열망했던 자연으로의 회귀가 가장 역설적이게도 반자연적인 기술로 알았었던 디지털 기술이 가능하게 해 준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하나씩 쌓아 이루는 성적표인 자본을 타인이 아닌 우리 자신이 만드는 시대가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다. 돈과 시험 성적표가 아닌 블록과 체인으로 말이다.


디지털 세상의 성적 매김이 그런데 왜 지금 보이지 않는가?: 당신이 만약 케이블카나 헬리콥터를 타고 높은 산 정상에 올라갔다고 생각해 보자. 산 정상에서 본 풍경은 그림엽서나 진배없다. 하지만 당신이 힘든 등산을 해 오른 정상의 풍경은 자연의 모습이다(심층 생태학 아르네스). 그 모습 속에는 산 정상과 산 아래 풍경 그리고 가장 중요한 힘들게 오른 자신의 모습까지 담겨 있다. 지금 디지털 철학은 이것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힘들게 디지털 궤도에 오르는 수고를 통해 스스로 디지털 질서를 자신들의 모습 속에 넣도록 오히려 시간을 주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힘든 등산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을 통해서만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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