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후진하여 주차라인 하얀 직사각형 안으로 차의 양 옆으로 간격도 적당하게 맞추어 멈추었는데!
이제 막 기어를 P에 두었고 사이드 브레이크도 당기려는 참인데
세상에!
차가 저 혼자 뒤로 뒤로 간다.
경사진 곳도 아닌 평지이고, 기어를 분명 파킹에 두었는데
그러니까 난 이 차가 뒤로 움직일 만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오늘 사고가 나는구나. 오늘은 내 인생에서 사고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로구나. 운명은 이미 사고를 향해 가는데 혹시나 운명을 거스를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싶어 차 안 이곳저곳을 황급히 둘러보지만 역시나 다른 방법이 있을 리가... 아찔한 마음만 배가 되었다.
한데 찰나 같던 그 잠시동안 이상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내 발은 여전히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 말을 안 듣는 건가!
그래서 차가 자꾸만 뒤로 뒤로 움직이는 건가.
이렇게 움직이다간 방지턱도 넘어 가만 서 있는 내 뒷 차까지 받을 판이다.
어어어~~!
완치된 줄 알았던 어지럼증까지 도져 막판엔 차가 빙그르르 도는 것도 같다.
어찌할 바를 몰라 어어~ 탄식에 가까운 소리만 내며 속수무책 주변만 바라보고 있는 중인데
바로 그때!
내 바로 왼쪽에 나란히 서서 주차되어 있던 차가
"부앙~~"
소리를 내며 내 앞을 부드럽게 코너링하며 달려 나갔다.
그렇다.
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차를 잘한 게 맞았고, 브레이크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저 난 얌전하게 가만히 있었고 이동은 내 바로 옆 차가 한 거였다.
옆 차도 주차된 차이겠거니 나와 똑같은 상황이겠거니 믿고 있는데
믿었던 내 주변이 움직이면
주변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한 나는
그저 내가 움직이는 것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었다.
주변이 앞으로 나아가면 나는 뒤로 가는 것으로 느껴지고
주변이 날 돌아 나아가면 나는 혼자 빙그르르 도는 것으로 느껴지고.
_______
주변의 움직임만 보고
놀라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다.
내가 나를 믿는다면.
나 자신을 내가 믿지 않는다면
누가 날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