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의 詩食會
2024-02-11 13:47 ・ 적적(笛寂)


발명

  

​황인찬

  

사람이 많아서 춥지 않은 밤이었어요

다들 종이 치기를 기다렸어요

  

​폭죽을 하늘 위로 쏘아올린 사람

  

​서로 사랑하는 사람 

그냥 좀 외로운 사람

  

​휴거가 올 것이라 믿으며 모두에게 외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 타종을 기다리는 것이

겨울의 풍물시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진짜로 내년이 안 오면 어쩌지"

  

​그때 입김을 뱉으며 그애가 말했고

어쩌저쩌 내년이 오긴 했습니다만

  

​"종을 치는 사람은 이제 없어요"

"그럼 모든 것이 다 종쳤나요"

  

​다 망해버려서 망한 농담마저 웃기게 되어버린 날들이군요

사람이 사라진 지금도 타종의 풍습은 남아

  

​인간 아닌 것들이 모여

종을 칩니다

  

​서로 사랑하고

또 누구는 그냥 좀 외롭고 여전히 그렇군요

  

​비인류의 세계에도 풍문은 있고

의외로 다들 변함이 없군요

  

​거기까지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출처]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문학동네 2023

  

시식평 

어머니는 좀처럼 길거리 음식들을 먹이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학교 문방구에서 파는 음식들을 먹어본 기억이 흔치 않았지만, 어머니가 시장에 가실 때면 여동생보다 나를 데리고 가시는 것을 더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고 호기심이 많아서 한없이 재잘거리는 존재와 길을 나서는 것이 어머니로서도 훨씬 덜 심심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고작 고등어 한 손을 들고 돌아오는 길을 말이죠.

  

역사 앞으로 쇼핑센터가 들어섰습니다. 제일 위층엔 어린이 연극을 하는 곳과 영화관이 들어섰고 지하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가 있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그릇에 일회용 비닐봉지를 씌우고 우무와 양파, 깻잎 오이를 채 썰어 넣고 간장과 다진 마늘 매운 고춧가루, 파를 송송 썰어 넣은 양념장으로 버무린 우무 묵무침을 먹었습니다.

특히 입안이 너무 매워 물을 한 컵씩 마셔야 했습니다. 나중엔 입술까지 욱신거리며 매웠던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밖으로 나서면 세상이 조금 더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으로 먹어 본 어른의 음식 맛. 맵고 짜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문득 떠올라 갈증처럼 목이 마른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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